대법원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은 ① 전문증거의 범위, ② 비공무원의 뇌물수수죄 공동정범, ③ 뇌물 '수수'의 의미, ④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 ⑤ 강요죄의 협박 기준을 한꺼번에 다룬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지위에 기한 요구만으로는 강요죄의 협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일부 강요죄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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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와 민간인이 함께 연루된 뇌물 사건에서는 "돈을 직접 받지 않은 공무원도 처벌되는가",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되는가" 같은 질문이 반복됩니다. 이 판결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법원의 기준을 정리한 사례로, 이후 형사 실무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판결문이 다룬 다섯 가지 쟁점을 순서대로 살펴보고, 수사·재판 단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합니다.
사건 개요
대통령과 공무원이 아닌 사람(비공무원)이 공모하여 대기업 측으로부터 승마 지원, 재단·단체 출연금 등을 받은 혐의, 그리고 대기업 등에 출연이나 계약 체결을 요구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으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항목 | 내용 |
|---|---|
사건번호 | 대법원 2018도1379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
선고 | 2019. 8. 29. 전원합의체 판결 |
주요 죄명 | 뇌물수수, 제3자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등 |
결론 | 일부 강요죄를 유죄로 본 원심판결 파기환송 |
쟁점
전문증거 – 다른 사람의 진술이 기재된 업무수첩 등을 어느 범위까지 증거로 쓸 수 있는가
공동정범 – 비공무원이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가
'수수'의 의미 – 뇌물인 물건의 법률상 소유권까지 넘겨받아야 하는가
부정한 청탁 –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청탁은 어느 정도 특정되어야 하는가
강요죄의 협박 – 공무원의 지위에 기한 이익 제공 요구가 곧 협박이 되는가
원심 판단
원심은 업무수첩 중 단독 면담 대화 내용 부분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승마 지원 관련 뇌물수수죄 공동정범, 말 자체의 뇌물성, 이른바 '승계작업'에 관한 묵시적 청탁과 지원금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또 대기업 등에 대한 일부 요구 행위를 강요죄로 보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앞의 네 가지 쟁점에 관한 원심 판단은 유지하고, 강요죄 부분만 법리를 달리 보았습니다.
대법원 판단
① 전문증거의 범위
다른 사람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는 그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데 쓰이면 전문증거이고,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나 진실성과 무관한 간접사실의 정황증거로 쓰일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진술을 했다는 사실'로 증거능력을 인정한 뒤 이를 다시 진술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면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형사소송법 제311조부터 제316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 중 대통령이 단독 면담 후 불러준 대화 내용 부분은, 제316조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대화 내용을 추단하는 간접사실의 증거로도 쓸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② 비공무원의 뇌물수수죄 공동정범
신분이 없는 사람도 신분범에 가공하면 공범이 됩니다(형법 제33조 본문).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면,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되어 두 사람 모두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됩니다.
이 경우 뇌물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범죄에 영향이 없습니다. 또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의 '제3자'가 될 수 없으므로, 그 비공무원이 받은 경우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제3자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③ '수수'의 의미
뇌물을 '수수'한다는 것은 사실상의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이며,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점유를 취득하고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에 이르렀다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공된 말 3필에 대한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비공무원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으므로 말 자체가 뇌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④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
부정한 청탁은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만 특정되면 충분하고, 장래 예상되는 현안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으면 묵시적 청탁도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승계작업'이 이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⑤ 강요죄의 협박
강요죄의 협박은 객관적으로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구체적 해악의 고지여야 합니다. 행위자가 영향력 있는 지위에 있고 그 지위에 기초해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 상황, 당사자의 관계 등을 종합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대기업 등에 출연금·지원금 지급이나 계약 체결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의 협박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악의 고지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이나 뇌물 요구 등은 될 수 있어도 강요죄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별개의견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미리 모의했거나 비공무원이 전적으로 사용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뇌물수수죄 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제1별개의견을, 박상옥 대법관은 승마 지원 부분에 관한 제2별개의견을 냈습니다. 박정화·민유숙·김선수 대법관은 강요 부분 중 일부에 대해 묵시적 해악의 고지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제3별개의견을 냈습니다.
실무상 의미
쟁점 | 수사·재판에서 살펴볼 점 |
|---|---|
전문증거 | 메모·수첩·업무일지가 어떤 사실을 증명하는 데 쓰이는지 구분하여 증거능력을 다툼 |
공동정범 | 공무원이 아니어도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으면 뇌물수수죄로 처벌될 수 있음 |
수수 | 명의 이전이 없어도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넘어가면 수수로 평가될 수 있음 |
부정한 청탁 | 명시적 부탁이 없어도 공통의 인식이 입증되면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수 있음 |
강요죄 | 지위에 기한 요구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가 관건 |
특히 강요죄 부분은 이후 직장 내 요구, 거래관계에서의 요구 등 다양한 사건에서 협박의 판단 기준으로 인용됩니다. 상대방이 이익을 기대하고 요구에 응한 경우와 불이익이 두려워 응한 경우는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당시 대화 내용과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뇌물수수죄로 처벌될 수 있나요?
A1. 네.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뇌물을 받았다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33조 본문).
Q2. 뇌물을 실제로 비공무원만 사용했다면 공무원은 책임이 없나요?
A2. 다수의견은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는 반대 취지의 별개의견도 있었습니다.
Q3. 명의를 넘겨받지 않았는데도 뇌물을 받은 것이 되나요?
A3. 뇌물의 '수수'는 사실상의 처분권을 얻는 것으로 충분하고 법률상 소유권 취득까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점유를 넘겨받고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라면 물건 자체를 받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4.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무언가를 요구하면 모두 강요죄인가요?
A4. 아닙니다. 대법원은 지위에 기한 요구만으로 곧바로 협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불응하면 해악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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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뇌물·강요 사건은 같은 행위라도 공모의 범위, 이익의 귀속, 요구 당시의 구체적 언동에 따라 죄명과 결론이 달라집니다. 송파·잠실 지역에서 공직 관련 수사나 강요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증거가 어떤 사실을 증명하는 데 쓰이는지부터 차분히 따져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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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